소양호에 핀 꽃
소양호에 핀 꽃

구만리, 사라진 마을

<소양호에 핀 꽃>은 광복부터 한국전쟁의 시대적 배경을 다루며, 이산가족이 돼버린 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크게 두 명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과거의 주인공 이산가족이 되어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 준태 할아버지와 현재의 주인공은 손자 가람입니다. 

 

증조할아버지의 생존 소식을 듣고 온 가족이 이산가족 찾기 상봉장에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리고 준태 할아버지가 꽁꽁 숨겨둔 슬픈 과거를 가람이의 시선으로 끄집어내며 과거의 시점으로 가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준태 할아버지가 살던 고향은 강원도 인제 구만리의 마을로, 현재의 소양호가 있는 자리입니다. 소양강은 인제군에서부터 춘천까지 이어지는 강입니다. 강처럼 구만리가 존재하던 그 시절부터 사라진 마을이 돼버린 지금까지도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구만리를 기억하는 이들을 위해 아름다운 소설을 써주신 작가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소양호에핀꽃

준태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의 약속

 

준태 할아버지에게는 아버지와 친구와의 약속이 있었습니다.

 

증조할아버지는 광복을 위해 독립운동에 참여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광복이 되어 준태 할아버지와의 짧은 추억을 만들고 다시 온전한 해방을 위해 떠나셨습니다. 증조할머니를 잘 보호해달라는 것이 바로 준태 할아버지와의 약속이었습니다. 그가 떠나기로 결심한 것은 사랑하는 가족, 미래의 손자들을 위하여 온전한 나라를 남겨주고 싶은 그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증조할머니는 친정가족이 있는 북쪽 마을에서 다시 남쪽으로 오기 위해 소양강을 건너다가 돌아가시게 됩니다. 증조할머니(준태의 어머니)를 지키지 못한 것이 한스럽지만, 대의를 위해 가족들의 안전을 미뤄둔 그의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광복이 되기 전 승우와 준태의 관계는 썩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승우의 아버지는 일본의 편에 서서 일하는 사람이었고, 준태의 아버지는 반대로 독립을 위해 애쓰던 분이셨습니다. 승우는 자신의 아버지가 부끄럽지만 그렇지 않은 척하며, 준태를 괴롭히곤 했습니다. 겉으로 으스대는 승우의 모습은 자신의 부끄러운 감정을 포장하기 위한 허세였단 걸 준태는 나중에 알게 됩니다. 그렇게 난이, 준태, 승우는 우정을 다져왔지만, 승우는 가족들과 함께 마을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마음속으로 좋아하던 난이를 꼭 잘 보살펴달라는 부탁을 준태에게 하면서 말이죠. 물론 준태 역시 난이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랬을 것입니다. 

 

소양호에핀꽃
소양호에핀꽃

 

 

 이별과 그리움이 혼재된 소양강

시간이 흐르고 보니 가족들을 다 떠나보내고, 새로운 가족들을 지켜내기 위해 열심히 살아온 준태 할아버지의 인생을 곰곰이 곱씹어 보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아픈 부분인 분단의 역사가 그의 굴곡진 인생을 만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가 겪지 말아야 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들은 전부 일반적이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홀로 쭉 외로이 그들을 그리워하며 버텨온 세월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그리고 그런 아픈 마음은 아버지의 생존 소식으로 다시 깨어났을 것입니다. 이렇게 한번 상봉하여 만난 그 기억으로 남은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여전히 가족을 보지 못하는 굴곡진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쩌면 이별 이후에 다시 만나지 못하고 떠나는 이들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만나 함께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말이죠.

 

이 작품은 누군가의 아픔이 여전히 존재하고, 그들의 굴곡진 인생이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비롯됨을 잊지 않게 해 주었습니다. 소양호에서 피어난 두 가지의 꽃의 의미가 있는데, 글을 읽다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별과 다시 만남을 표현하는 방식이 아름답고 신비롭습니다. 소양강에서 마주하는 두 번의 꽃의 의미는 책을 보면 더 와닿을 것이므로 더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상황과 분위기에 맞게 적절한 은유가 들어간 것이 저의 마음에 꽂혔습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미래의 독자의 마음에도 각인되지 않을까요? 이 책은 고학년의 아아들이 한국전쟁을 간접적으로 느끼기에도 좋은 청소년 소설이자, 이산가족이 된 분들이 과거의 아픔을 위로받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강원도 여행을 가게 된다면 한 번쯤 소양댐에 들러 구만리에 사셨을 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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